일상과 단상1573 2025 Nha Trang (끝) 여행 마지막 날.아침에 해변을 걸었다. 길고 깨끗한 해변은 냐짱의 장점이다. 잡상인이나 노점상이 없다는 점도 동남아의 여느 해변과 다르다. 해안선과 평행을 이루며 야자수들이 그늘을 만들고 그 사이사이로 카페와 공원이 잘 배치되어 있어 산책하기에 그만이다.다시 포나가르 사원숙소를 체크아웃하고 난 후 택시를 타고 포나가르사원에 갔다.나는 아침 산책으로 먼저 다녀와 두 번째고 아내는 처음이다. 짧은 여행 동안 두 번이나 방문할 만큼 포나가르 사원에 특별한 어떤 것이 있어서는 아니었다.그냥 냐짱에 있는 거니까 그냥 냐짱에 여행을 왔으니까 내가 경험한 어느 것이든 아내와 공유하고 싶어 권해 보았다. 혼자 갔을 때의 고즈넉하던 이른 아침 분위기와 달리 한낮의 사원은 단체관광객들에 춤 공연까지 있어 장터거리처럼 .. 2025. 4. 10. 2025 Nha Trang 6 국수를 먹지 않거나 국수 문화가 없는 나라가 있을까?아무 땅에나 푹푹 꽂으면 살아나 꽃을 피우는 개나리처럼 국수는 적응력과 생명력이 뛰어나다. 어느 지역이나 어느 식문화에서도 그 지역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재료로 그에 알맞은 조리법이 개발되며 모양과 맛이 다른 다양한 국수가 만들어진다.특히 베트남은 풍부한 일조량과 강수량으로 다양한 야채와 과일이 자라고, 쌀은 삼모작이 가능하며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1,600km의 긴 해안선에선 온갖 해산물까지 풍족하여 다양한 국수가 탄생할 수밖에 없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외부에서 들어온 식문화를 자신의 것과 융합시켜 또 다른 음식을 만들어내는 베트남 사람들의 창조성이 더해지며 베트남의 식문화는 더욱 다양해졌다. 같은 국수라도 저마다 짜 넣는 라임, .. 2025. 4. 9. 2025 Nha Trang 5 달랏(다랏 Da Lat) 은 냐짱에서 3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해발 1500미터의 내륙 고원 도시로 베트남 최고의 커피 생산지다. 일 년 내내 기온이 18∼23도로 선선해서 은퇴 후 한때는 한달살기를 꿈꿔 보기도 했던 곳이다. 그럼에도 이번 달랏 일일투어는 주저주저하다 결정하게 되었다.냐짱의 날씨가 좋아서 매일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면 아마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무엇보다 13시간 30분의 투어 중에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왕복 6시간이어서 시간 '가성비'가 좋지 않았다. 차라리 나중에 달랏만의 여유로운 여행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를 고민했던 것이다.그러나 연이어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에서 좀 벗어나볼까 하는 마음에 여행 마지막에 이르러서 달랏행을 확정하게 되었다. 달랏 '맛보기' 혹은 예.. 2025. 4. 8. 2025 Nha Trang 4 매일 아침 짧은 글과 사진을 보내주는 지인이 있다.마치 '고도원의 아침 편지' 같다.4월 1일 아침 식당에서 받은 그의 카톡은 나를 놀라게 하였다."몇 달째 한국 경제를 좀먹던 탄핵 건이 결론 나니, 골목길 상권이 부활하고 수출이 늘어나며 과자류 가격도 30% 내린다고 합니다."답답함과 무기력에 뉴스를 거의 보지 않은지 오래라 '이렇게 전격적으로? 탄핵이?' 하는 마음에 반색을 하였다가 그다음에 이어지는 문장에 맥이 풀리고 말았다."즐거운 만우절 하루를 기대합니다." 그러면 그렇지 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카톡을 보내왔다."4월 4일 11:00에 탄핵 심판 선고."애써 거리를 두고 지내던 소식을 듣자 아침 산책길에 이런저런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탄핵이 기각될리는 없을 거라고 고개를 흔들면서도 혹시나 .. 2025. 4. 7. 삼겹살이 맛있는 날 온 나라를 휘젓고 다니던 미친 '멧돼지'가 사라져 좋은 날.이럴 땐 멧돼지 고기를 먹어야 제맛이겠지만 아내와 내가 아는 멧돼지 고기 맛집은 멀리 지방에 있어 대신에 고추장 삼겹살을 만들어 파채들깨무침과 함께 먹었다. 유난히도 꼬숩고 맛난 '돼지'고기였다.2017년 3월 탄핵 때는 통닭을 시켜 맥주와 함께 먹었다.왜 그랬는지 사람들이 그녀를 '닭그네'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닭' 먹은 날역사는 지난 늦가을 이래 광화문광장의 뜨거운 외침과 2017년 3월10일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어떤 인간들은 벌써부터 이제 남은 건 갈등의 봉합과 통합뿐이라지만 "적폐(積弊)의 청산"이라는 전jangdolbange.tistory.com2017년에 그랬던 것처럼 어제도 '국민승리' 뒤풀이가 시청과 광화문에서 있었다.아내와.. 2025. 4. 6.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밤 비행기를 타고 여행에서 돌아와 몸이 피곤한 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헌법재판소의 재판정을 비추는 텔레비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11시 22분.123일의, 아니 지난 2년 반 동안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마음이 되었다.환호성을 지르고 산책을 나갔다.여행을 다녀오는 일주일 사이 봄은 화사한 꽃으로 피어나 있었다.비로소 봄이 봄으로 느껴지고, 꽃이 꽃으로 다가왔다.산책길에 만나는 낯선 사람과 머리를 맞대고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나누어도 좋을 것 같은 날이다.여전히 갈 길은 멀고, 앞으로 '내란 잔불'을 진화하는 동안에도 예상치 못한 수만 가지 일들이 또다시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지 모르지만 오늘만큼은 즐거운 노래를 불러도 좋으리라.*출처 : 촛불행동 TV 재편집지난 123일 동안의 추웠던, .. 2025. 4. 5. 지진의 기억 보면 볼수록 고구마 100개를 한입에 넣은 듯한 궁금증과 답답증, 울화병이 더할 것 같아 뉴스 보는 걸 최소화하고 지내다 보니 밤이 늦어서야 동남아의 지진 소식을 알게 되었다. 특히 어제는 딸아이가 갑작스럽게 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해서 더욱 뉴스를 볼 틈이 없었다.처음 유튜브에서 방콕의 빌딩 붕괴 장면을 보면서 이게 지금 일어난 일인가 믿어지지 않아 다른 채널로 확인을 해보아야 했다. 채널마다 폭포처럼 물을 쏟아내는 고층 빌딩의 루프탑 수영장과 멈춰 선 지상철과 지하철, 거리에 몰려나온 사람들의 놀란 모습이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한국어를 가르쳤던 미얀마 이주노동자들과 방콕에 살고 있는 지인들에게 당사자와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카톡을 보냈다. 다행스럽게도 모두 괜찮다는 회신이 왔다. 태국, 특히 .. 2025. 3. 29. 2024년 10월 태국 푸켓 작년 태국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미뤄두었던 유튜브 영상을 이제야 만들어 올린다.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게으른 습관 탓이다. 블로그에 여행기를 썼으니 굳이 유튜브에 연연할 건 없지만 색다른 여행 앨범을 하나 더 갖는다는 의미로 영상을 만들게 되었다.다시 돌아올 수 없어서 소중한 생의 모든 순간.가끔씩 지나간 기억을 돌아볼 수 있는 지금에 대한 고마움.그렇게 시간이 흐르기를!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틀린 말을 하는가보라. 여행은 안 돌아오는 것이다.첫여자도 첫키스도 첫슬픔도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그것들은 안 돌아오는 여행을 간 것이다얼마나 눈부신가안 돌아오는 것들다시는 안 돌아오는 한번 똑딱 한 그날의 부엉이 눈 속의 시계점처럼돌아오지 않는 것도 또한 좋은 일이다- 이진명, 「여행」 중에서 -1. M.. 2025. 3. 28. 이제하의 <모란 동백> 남녘 산불의 기세가 시간이 지나도 수그러들 줄 모른다.안타깝게도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났다고 한다.아침부터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 미세먼지에 황사도 있을 거라는 예보가 있다.우울한 소식에 꿀꿀한 날씨가 더해져서 기분도 무겁게 가라앉는다.저 구름들이라도 그곳으로 몰려가 한바탕 비를 쏟아부었으면 싶다.아파트 화단에 동백꽃이 마침내 환하게 피어났다. 산책길에 서서 그다지 감흥 없이 시큰둥하게 바라보다가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이제하의 노래 을 들었다. 소설가 시인 화가 작곡가에 가수이기까지 한 이제하는 가히 종합예술인이다. 그는 1997년「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쓴 김영랑과 을 작곡한 조두남을 기려 을 발표했다. 이후 이 노래는 조영남이 으로 제목을 고쳐 부르며 널리 알려졌다.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먼 산에 뻐.. 2025. 3. 27. 이전 1 2 3 4 ··· 175 다음